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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 안의 당신, 그대는 내 안에 또다른 나"

[서평] 백종훈 원불교 교무의 <시우>

누군가 가문 마음에 단 한순간이라도 단비가 되어주면 어떨까.

 

원불교 백종훈 교무가 ‘때 맞춰 내리는 단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우(時雨)>(2018년 10월 29일, 마더북스>라는 책을 냈다. 시우(時雨)는 맹자의 시우지화(時雨之化)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때 맞춰 내리는 비기 만물을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 가문 마음에 한순간이라도 단비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단비가 마른 대지를 적시고 난 이튿날에는 봄바람을 따라 어김없이 고운 흙 사이로 싹이 움틉니다. 알맞은 빛과 따사로움, 수분 그리고 토양을 비롯한 조건 아래, 원래 그 안에 생명을 품고 있던 풀씨는 스스로의 단단한 껍질을 부수고 DNA에 새겨진 결을 따라 환경에 조응해 갑니다. 그리고 다시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변화에 맞춰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며, 한해살이풀은 생을 마감하고 흙으로 돌아가 다음 생의 밑거름이 됩니다.” -본문 중에서

 

조금 더 길게 보아 인간의 일생이며 모든 생명가진 존재의 삶과 죽음의 흐름도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 나의 삶은 나를 둘러싼 뭇 생명과의 관계와 시절 조건에 영향을 받아, DNA에 담긴 생물학적인 결, 그리고 무의식에 누적된 보이지 않는 정신적 결을 따라 유기적으로 조응해 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홀로 존재한 ‘나’란 없으며 관계와 조건이 ‘나’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씨를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세우고자했던 고 최태민 씨의 꿈은 이루어졌다. 아버지로부터 물러 받은 정치적 자산과 어머니를 닮은 온화한 이미지는 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의 열광적 지지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최태민, 그는 승려로, 천주교 신자로, 영세교 교주로 그리고 목사로 살면서 정말 간절히 기도해, 박근혜 씨를 대통령으로 등극하게는 했지만 결국 비극적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다.

 

“기도에 탐욕과 어리석음이 스밀 때 죄는 시작됩니다. 기도가 간절할수록, 성실함이 더할수록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기가 지은대로 받은 벌을 면할 수 없습니다. 기도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결같고 부지런한 사람일수록 주의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그럼 원만한 기도의 조건은 뭘까. 저자는 감사, 참회, 다짐, 화향(廻向), 공심(空心), 스승 등 여섯 가지 요소라고 강조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어리석음이 있을 뿐, 나는 그대 안의 당신이며, 그대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이다.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참된 수행이 시작된다.” -본문 중에서

 

권력과 지위, 영향력까지 가진 자들이 약자를 겁박해 삿된 욕망을 채워온 죄는 필부(匹夫)의 비행(卑行)과 비할 바 아니라는 것이다. ‘배꼽 아래 세치에는 인격이 없다’말로 어물쩍 퉁치고 넘어가던 호시절은 끝이 났기 때문이다. 이제 죄 값을 치러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자꾸 생각나고, 달콤한 속삭임을 듣고 싶고, 체취를 맡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안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건 본능이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눈, 귀, 코, 혀. 피부, 뇌가 자아내는 감각의 제국에 갇혀 중독된 나머지, 내 여섯 감각을 만족시키려 타인을 힘으로 눌렀다면,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져 버린 자라 죄벌이 뛰 따르지 않을 수 없겠다.” -본문 중에서

 

그럼 이런 욕망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는 ‘탐한 욕심이 나거든 사자와 같이 무서워하라’고 조언한다. 바로 스승님의 가르침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성직자인 저자가 과거 경험했던 소박한 이야기를 지역신문인 <군포시민신문>에 연재했고, 이제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무심코 지나쳐버린 소중한 일상에서 연기법과 인과율이 드러나는 모습과 더불어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해 발전적 변화에 몸부림치는 지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고나 할까.

 

저자 백종훈 원불교 교무는 서른을 넘긴 나이에 가방 하나 둘러메고 만덕산 후박나무 숲을 가로질러 수행 길에 올랐다. 기쁨에 미소 짓고, 슬픔에 눈물 흘리며, 석양노을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조용히 고개 숙여 기도드리는, 곱게 다문 입술에 두 눈이 촉촉한 그런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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