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의 인터넷 '댓글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를 받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차 출석 일주일 만에 다시 경찰에 2차 출석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12일 오전 조 전 청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의 혐의는 2010∼2012년 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과 정보국 등 각 조직을 동원해 인터넷에서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하여  경찰관들에게 댓글을 달게 하고 사이버 여론대응 활동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5일 처음 경찰청 특별수사단에 출석해 14시간가량 피의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특히 수사단은 이날 조 전 청장을 상대로 댓글공작 기획 의도와 실행체계, 공작으로 대응한 현안 등을 보강조사하는 중이다. 

한편 수사단은 이날로 조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후 신병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이날 조 전 청장은 오전 9시께 경찰청 특수수사단에 출석해 "허위사실로 경찰을 비난하는 경우 적극 대응하라는 말을 공문으로 전국 경찰에 하달했고, 공개 회의 석상에서 공식적으로 지시했다"며 "이게 어떻게 정치공작이고 여론조작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조 전 청장은 또 자신을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에 "일부 일탈된 글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호도하려 들지 말고 모든 댓글과 트윗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수사단은 조 전 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보안국은 차명 아이디(ID)나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일반인을 가장해 구제역이나 각종 현안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의 댓글 4만여건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단은 또 윗선 지시를 받은 정보경찰관들도 가족 등 타인 계정을 이용해 민간인을 행세하면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정부를 옹호하는 댓글 1만4천여건을 썼다고 보고 있다.

또한 조 전 청장은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에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대응 과정에서도 노동조합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자 경기청 소속 경찰관들로 '인터넷 대응팀'을 꾸려 유사한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조 전 청장 출석 전 경찰청 앞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살인진압 설계자로 밝혀진 조현오 전 청장을 즉각 구속하고 외쳤다. 그러면서 살인진압에 대한 법적 책임을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조 전 청장에 대한 2차 보강조사가 끝나면 수사단은 신변처리에 대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