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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세미원, 연꽃문화제 눈길

홍련, 백련 만개..다산과 초의선사 편지 눈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에 있는 연꽃과 물의 조화를 이루는 ‘세미원’에서는 연꽃문화제가 한창이다.

 

지난 6월 23일부터 오는 8월 20일까지 열리는 세미원 연꽃문화제는 오전 7시에 개장에 저녁 10시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 이곳 세미원 연꽃의 한강물은 서울과 경기도 등 2000만 명이 마시는 상수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쓰레기이나 오물을 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지난 20일 오후 1시 연꽃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세미원(洗美苑)으로 향했다. 이곳 주차장에 내리자 곧바로 땀으로 범벅이 됐다. 이곳이 섭씨 34도를 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땀을 흘리면서 주차장 주변에 있는 연꽃박물관으로 갔다. 연꽃을 소재로 한 생활 용품, 연 음식, 옛 문서 등을 관람했다. 특히 연꽃박물관은 연꽃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배움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연꽃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이번 연꽃 축제의 주제는 ‘연꽃피고 예술피다’였다. 5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찜통더위에서인지 양산을 쓰고 온 50~60대 아주머니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세미원 입구에 표지석에 ‘觀水洗心(관수세심) 觀花美心(관화미심)’이라는 한자숙어가 선명하게 보였다. 한 마디로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의미였다.

 

입구에 들어서 물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중간 디딤돌을 통해 연꽃단지로 발길을 옮겼다. 맑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한강과 국가와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독대 분수대’가 나왔고, 페리기념연못도 등장했다. 바로 옆에는 한반도 모양의 연못에 백수련이 보이고 주변에 소나무와 무궁화나무가 심었다. 이곳이 국사원(國思園)이었다. 나라 사랑의 마음을 키우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사원에서 제주도, 울릉도, 독도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였다. 사람과 자연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不二門(불이문), 순백한 연꽃 밭 사이로 난, 외돌다리는 양보와 배려의 마음을 배우게 해 一心橋(일심교)라고 불렀다.

 

양평과 서울을 잇는 다리 밑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 발을 담가 더위를 시키는 관광객들도 보였다. 이를 流觴曲水(유상곡수)라고 칭했다. 바로 시를 짓고 낭송하며 흐르는 곡수에 차를 띄워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였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觀花美心)하라는 세미원의 뜻이 담긴 세심로로 접어들었다. 이곳 빨래판 길 위에서 호호 양양하게 흐르는 강물인 한강물을 보며 한발 한발 마음을 내딛었다. 바로 歲寒庭(세한정)이란 정원에 도착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과 제자 이상적의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곳이다. 서로 아끼고 배려하자는 약속의 정원이었다.

 

국내 최고의 연꽃 정원인 하얀 연꽃의 연못 백련지와 붉은 연꽃의 연못 홍련지가 있었고, 페리기념 연못이 장관을 이뤘다. 특히 조선 홍련의 붉은 색은 오묘해 마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연꽃을 향해 디테일한 사진을 촬영한 프로사진가들도 보였다. 열대수련과 온대수련이 존재하는 빅토리아 연못, 열대수련 연못, 사랑의 연못 등을 지나 세계수련관도 들렸다.

 

조선 정조 때 수원 화성을 행차하기 위해 한강에 설치됐던 열수주교(洌水舟橋)라고 불리는 배다리는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연결한 다리이다. 배다리를 향에 발길을 재촉했다. 배다리에 다다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배다리를 건너며(過舟橋)’라는 시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해마다 정월달이 돌아오면은

 

임금님 타신 가마 화성으로 행하시네.

 

가을이 끝날 즈음 배들을 모아

 

눈 내리기 이전에 다리를 이뤘네.

 

새 날개처럼 가즈런한 붉은 난간

 

물고기 비늘인양 하얀 널판재 가로로 까니

 

선창가 저 돌들아! 굴러가지 말고

 

어버이 사랑하는 임금님의 마음

 

천년토록 길이길이 알려 주려마“

 

또 다른 주변 표지석 새겨진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초의선사에게 쓴 서한과 겸재 정선(1676~1759)이 두물머리 일대의 풍경을 그린 獨柏灘圖(독백탄도)가 눈길을 끌었다. 정약용 선생이 해남 대흥사 초의스님에게 ‘두 물줄기 강물을 따라 오르내리며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며 함께 즐기면서 살자’고 권유한 서한이었다.

 

“용문산에 있던 암자(소설암)에서 시내를 따라 몇 리 쯤 내려오면 여주 쪽에서 올라오는 한강(녹효수)과 만납니다. 여기서 작은 배를 타고 강물을 따라 20여리 내려오면 두 물줄기가 서로 합쳐지는 곳에 이르지요. 이곳이 바로 酉山別墅(유산별서)입니다. 그 사이의 물빛과 산빛, 삼각주와 모래톱의 자태는 모두 뼈에 저밀 듯 해맑아, 깨끗함이 눈길을 빼앗는다오. 매년 3월 복사꽃이 활짝 피면 강물을 따라 오르내려면서 시를 짓고 거문고를 타며 이 맑고 한가로운 경계에서 논다면 이 또한 인간세상의 지극한 즐거움이 아니겠소? 善男子(선남자)여! 뜻이 있으신가? 만약 뜻이 있다면 나를 따라 오시오. -늙은 초부 다산-”

 

배다리 입구에는 열수주교 수호 대장의 명으로 배다리를 건넌 사람들에 대한 주의 점을 밝혀 놨다.

 

한강물에 쓰레기를 버리면 대역죄인, 배와 배 틈새가 벌려 있어 발이 빠지기 쉬우니 조심해야, 술이나 담배를 피우면 벌금 삼 만냥, 호우나 태풍주의보 등 기상특보 시 통행 불가, 마부가 이끄는 당나귀이나 말을 타고 통행한 것은 허용, 애완동물이나 자전거 통행 불가, 어린 아이나 몸이 성치 않은 사람을 태운 인력거 통행가능 등의 문구였다.

 

배다리입구에서 두물머리 쪽으로 향했다. 찜통더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배다리를 오갔다. 출렁거림을 맛보면서 서서히 배다리 위로 걸었다. 멀리 황새 한 마리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서 있었고, 주변에 수상식물들이 녹색 장관을 이뤘다. 걷다보니 배다리에 설치한 일부 뱃머리에서 분수가 치솟기도 했다.

 

두물머리 쪽에 도착하자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건강을 체크하는 통나무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인공으로 세워둔 통나무 사이사이를 두고 난 홀쭉(17cm), 난 날씬(20cm), 난 표준(23cm), 난 통통(25cm), 마음만 홀쭉해(27cm), 이러시면 안됩니다(29cm), 당신은 외계인(32cm) 등으로 배와 허리의 사이의 사이즈를 통해 건강을 체크했다. 내가 통과한 23cm는 표준이었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석가산 기법으로 공간에 펼쳐진 금강산 상춘원이 보였다. 상춘원은 조선시대 과학영농 온실, 궁중 온실, 사륜전 등 한국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을 지나 두물머리에 다다랐고, 사진을 연신 촬영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목에 있는 ‘두물머리 연밭’ 카페에서 연꽃 쌀 핫도그와 오렌지 주스로 허기를 달랬다.

 

다시 반대로 두물머리->상춘원->배다리->세한정->열대수련연못->유상곡수->빅토리아연못->세계수련관->페리기념연못->장독대분수->국사원->연꽃박물관->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한편 저녁 10시까지 열리는 세미원 연꽃 문화제는 연꽃으로 피워 올린 연화세계, 밤에 보는 연꽃 ‘달빛 내린 연꽃’ 등은 상시적으로 볼 수 있다. 연꽃 박물관 3층에서는 연꽃 문화 사료전 ‘정화와 안정’, 권성녀 작가의 민화전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열대수련 연못에서는 야외전시인 ‘예술 通 나무’전, 장독대 분수에서는 녹색 향연과의 대화 ‘연꽃에 묻다’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연꽃문화체험교실, 사랑의 편지쓰기, 전통놀이한마당, 연잎밥 체험 등이 체험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매주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연꽃음악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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