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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16] 우태훈 ‘고향의 집’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들에는

오곡백과 풍성하네 그려.

 

저 멀리 여객선

통통소리 들릴 듯,

바다에는 흰 파도

흰 파도라네.

 

밤하늘 별들이

아름답게 수놓으면,

멍석이라도 길에 펼쳐놓고

지난 얘기 밤 깊어가네.

 

반딧불 번쩍번쩍

이따금 시원한 바람,

이마를 스쳐가면

선풍기가 필요없다.

 

고향의 집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우태훈, 시 ‘고향의 집’

 

필자가 지난 2008년 상반기 시인 커뮤니티인 ‘시마을’에 출품작으로 낸 ‘고향의 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부동산 문제와 ‘살짝’ 궤를 같이 한다. 요즘 수도권 어디를 가 봐도 꼭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재개발”이다. 필자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 서남촌 갯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갯마을은 재개발로 인해 현재 과거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뿐인가. 필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갯마을에는 수많은 반딧불들이 밤하늘을 비췄다. 어릴 적엔 반딧불을 잡으려고 여러모로 뛰어다닌 적이 있었다. 가을철 풍성한 들녘이 펼쳐지고, 여름밤엔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혀주던 내 고향. 아련한 추억이 깃든 그곳은 차마 잊혀지지가 않는다. 세월이 흘렀다. 이제 필자도 백발이 성성한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게 됐다. 세월이 더해갈수록 당시의 추억과는 거리감이 더해지는 것 같다.

 

정부는 지난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낸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 올해 서울지역 공모에 참여한 정비구역 14곳 중에서 후보지를 연내 선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어떤 이들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어떤 이들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터다. 그중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재개발을 직면했던, 재개발로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은 언젠간 경험할 것이다. 과거의 보금자리를. 그 추억이 생각날 때 ‘고향의 집’ 시도 곁들여서 회상하면 어떨까. 이 시는 ‘마음 속 담요’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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