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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9] 루 살로메 ‘삶의 기원’

정녕 벗이 벗을 사랑하듯이

나 너를 사랑하노라 수수께끼의 삶이여.

 

내가 네 가슴 속에서 기뻐하고 울고

네가 내게 보는 기쁨을 주는데도 나는 네 행복도 불행도 사랑한다.

 

네가 나를 파멸시키는 일이 있어도

벗이 벗을 품에서 떠날 수 없듯이 나는 네 팔을 뿌리칠 수 없어라.

 

나는 너를 힘껏 끌어안는다.

네 불꽃으로 내 정신을 태워라.

 

그리고 투쟁의 대결 속에서

네 실제 수수께끼를 풀게 해다오.

 

수천년 삶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는 네 팔에 몸을 던져라.

 

네가 내게 더 이상 행복을 줄 수 없다 해도 그래도 좋다

너는 내게 계속하여 네 고통을 보내 줄 것이다.

-루 살로메, 시 ‘삶의 기원’

 

시담 칼럼을 쓰면서 처음으로 서양 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루 살로메 시인의 ‘삶의 기원’이다. 1861년 러시아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루 살로메 시인은 독일로 건너가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그녀는 또 당대 저명한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니체와 릴케, 프로이트와 연관이 깊은 인물이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녀를 ‘당대 지식인들의 프리마돈나’라고 지칭했다. 작품을 만드는 능력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는 그녀의 작품 ‘삶의 기원’도 매우 아름다운 단어들이 연속적으로 들어간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 “내가 네 가슴 속에서 기뻐하고 울고 네가 내게 보는 기쁨을 주는데도 나는 네 행복도 불행도 사랑한다”는 작품 속 한 줄은 상대방 가슴 깊은 곳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하겠다는 필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있다. 인연을 향한 열정은 그녀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목숨이 진정 아깝겠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큰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빅뱅’과 같다고도 본다. 이 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1981년 9월3일 밤 11시쯤 MBC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할 때다. 당시 이모씨는 이 시를 독자들에게 추천했다. 그때 이씨는 “어떤 삶도 사랑하고픈 큰 설레임으로 일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뜩 그때의 기억이 현 시점에서 떠올라 독자들에게도 공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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