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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배첩장인’ 정찬정 장황문화재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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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살리는 여러 가지 기술 중에 ‘배첩(褙貼)’이란 기술이 있다. 배첩이란 말은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무엇인가를 복원하는 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 기술은 서화나 자수를 족자·액자·병풍·서첩 등으로 꾸며 보관하는 처리기법을 뜻한다. 즉 무엇인가를 보관하려고 할 때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배첩인 셈이다. 이 배첩은 과거기록물을 보관할 때도 마지막을 장식하곤 한다. 그리고 이 작업과 상생 중인 ‘달인(達人)’이 있다. ‘문화재수리기능자(표구공 제1242호)’인 정찬정 장황문화재연구소 대표 겸 한국 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객원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시사1>은 9일 ‘한글날’을 맞이해 정 대표의 인생을 들어보게 됐다. 배첩과의 상생으로 과거를 보관하며 살아가는 그의 삶이 ‘민족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일제강점기 때 제정한 한글날과 궤를 같이했기 때문이다. 

 

-40년간 묵묵히 ‘배첩의 길’을 걷고 걸로 안다.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디딘 게 제 나이 17살 때다. 제 어릴 적 환경을 떠올려보면 어려웠던 기억이 한 뭉텅이다. 그래선지 ‘책’보다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리고 배첩과의 인연은 단순하게 시작됐다. 먼저 이 업계에 발을 디딘 8살 터울 나는 형에게 부탁해 배첩이란 기술과 마주하게 됐다.”

 

-어린 나이에 마주한 배첩과의 만남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법 싶다.

 

“그렇다. 저 어릴 땐 밥만 먹여주고 재워주면 그만이었다. 월급이란 개념도 없었다. 처음에는 표구사들이 널린 서울 인사동을 전전하며, 당시 선배들의 심부름을 도맡았다. 배첩은 그때 선배들의 몸동작만 보는, 어깨너머로만 배웠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배첩 기술을 터득한 것도 1980년대 동종업계 가게를 운영하던 형 밑에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1990년대가 접어들자 배첩도 변화를 요구하게 됐다. 당시 그림의 표현 방식이 변하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서예·동양화 등이 주를 이뤘던 때와 달리, 추상적 표현을 하는 회화가 부흥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배첩도 회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했다. 배첩의 폭이 넓어진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배첩의 변화를 나름 빨리 인지한 것 같다. 

 

“아무래도 기존 그림·시 등이 ‘분야의 확장’을 이뤘기 때문에 기존 배첩계가 활성화 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여기에 위기를 느끼고 문화재수리자격증 시험을 치르게 됐다. 이는 배첩만 하던 제가 문화재 보존 기능까지 더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지난 2015년 서울 영등포구에 장황문화재연구소를 세웠고 지금까지 국가지정문화재·도지정문화재·유형문화재 등의 다양한 기록물 복원 경험을 쌓게 됐다.”

 

-대표께서는 기록물 복원 세계에서 특히 ‘지류(종이류)문화재 보존 달인’으로 정평이 났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병원에 있는 의사들도 보면 외과·내과·정형외과 등 다양한 부가 있다. 이를 기록물 복원에도 도입한다면 다양한 분야들이 있다. 그리고 ‘지류 보존’은 특별한 이유는 없던 것 같다. 복원에 따른 경험 중 지류 복원 경험이 제일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경험은 지난 2016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문봉선 작가의 ‘강산여화’ 복구 때 빛을 발휘했다. 백두대간 사계를 담은 150m에 이르는 그 지류를 복원했는데 그 역시 ‘지류 달인’이라는 별칭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표께서는 후학양성에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대학교에서 미래의 배첩장인들을 양성하고자 매주 실습 강의를 나가며 제 노하우를 쏟고 있다. 그들에게 제 경험과 제 손길을 건네는 순간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 ‘우리나라가 기록물 보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든든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재에 담긴 선조들의 삶과 노력을 후대로 전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낄 법하지 않겠나. 전통이 계속 이어지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 내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하다.”
 

(시사1 = 유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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