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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5] 윤동주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윤동주, 시 ‘참회록’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고민하던 철인(哲人)’으로 정평이 난 윤동주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참회록’이다. 이 시는 윤 시인이 창씨개명을 하기 닷새 전에 지은 작품으로 정평이 났다. 나라를 잃은 백성으로서의 부끄러움, 반성과 성찰 등이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렇다. 후회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성찰하고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주된 예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렇다. 정치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크나큰 손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뿐인가. 과거 고구려 땅이던 만주 벌판이 통째로 당나라에 넘어간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하는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 고구려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주변 강대국들에게 코를 베일지 모른다. 중국의 동북공정 및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것이다. 후손들에게도 상당한 원성을 살 것이다. 

 

그래선지 최근 구설수에 오른 ‘우리 외교수장 남편의 요트여행’은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숨을 유발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확산 상황을 고려해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발행한 사건이기에 더더욱 씁쓸한 것 같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는 윤 시인의 참회록이 유독 구슬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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