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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2] 김소월 ‘초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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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김소월, 시 ‘초혼(招魂)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민족의 한과 슬픔을 읊은 ‘서정시의 대부’ 김소월 시인의 시 한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초혼이다’ 초혼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 생소한 단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민족 전통상례의 한 절차인 고복의식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초혼이란 ‘사람의 혼이 떠났으나 설움이 간절해 다시 살려내려는 소망’을 함축한 말이다. 김소월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이름이여” “사람이여” “부르노라”등 망자의 이름을 직접 세 번 부르는 고복의식의 절차를 문학적으로 재현해 문학계의 감탄을 아직도 자아내고 있다. 

 

이 시를 소개한 이유는 최근 필자가 겪은 모친상과 연관이 깊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름이여” “사람이여” “부르노라” 등 초혼에서 소개된 문장이 머리를 맴돈다. 누구나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초혼’을 겪을 것이다. 그 초혼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게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 이는 이 시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필자는 ‘모친과의 아련한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묵묵히 살아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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