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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낙연 국무총리 573돌 한글날 경축사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573돌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날 이 총리는 축사에서 "573년 전 오늘  세종대왕께서 백성이 쉽게 익혀 편하게 쓰도록 한글을 만들어 주셨다"며 "한글은 새로운 세상을 우리 겨레에게 열어 주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오늘날 대한민국이 매우 높은 문자해독률과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쉬운 한글과 뜨거운 교육열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그런 바탕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ㄷ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리의 573돌 한글날 경축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과 해외의 동포 여러분, 한글을 사랑하시는 세계인 여러분, 이곳 광화문광장을 메워주신 시민과 학생, 각계 지도자와 특히 권재일 한글학회 회장님을 비롯한 한글 관련 단체 지도자 여러분, 오백일흔세 돌 한글날을 여러분과 함께 경축합니다.

 

먼저 한글을 빛내신 공로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으신 최윤갑 전 옌벤대학 교수님, 문화포장을 받으신 박창원 이화여대 교수님, 이상우 한국증권신문 회장님, 故 오봉협 옌벤대학 교수님을 비롯한 수상자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573년 전 오늘 세종대왕께서는 백성이 쉽게 익혀 편하게 쓰도록 한글을 만들어 펴내 주셨습니다. 한글은 새로운 세상을 우리 겨레에게 열어주었습니다. 세종대왕님의 뜻은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매우 높은 문자해독률과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쉬운 한글과 뜨거운 교육열이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우리가 IT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도 컴퓨터에 적합한 한글의 과학적 구조가 기여했습니다.

 

세계에는 약 3천 개 민족이 7천 개 언어를 쓰며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쓰는 글자는 스물여덟 가지만 남았습니다. 그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글자는 한글뿐입니다. 한글의 탄생과정을 기록한 훈민정음해례본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정당한 평가였습니다.

 

유네스코만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선교사로 봉사하신 독일의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교수님은 “만일 언어로 그 문화 수준을 잡는다면 조선이 전 지구의 문화 중에 제1위를 점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셨습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펄 벅은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평가하시며,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비유하셨습니다.

 

지금 세계에는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1997년에는 4개 나라, 2천 692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6개 나라, 32만 9천 224명으로 불었습니다.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도 2007년의 3개 나라, 13곳에서 올해는 60개 나라, 180곳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종학당은 지난해 6만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습니다.

 

한글 배우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는 우리 경제의 힘과 대중문화의 매력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문화의 융성에 공헌하신 모든 분, 세계 각처에서 한글을 가르치시는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한글이 영광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한글은 숱한 고초와 모욕을 겪으며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중국을 섬기는데 이롭지 않다며 한글 사용을 반대했습니다. 그래도 백성들은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한글에 빠져들었습니다.

 

일제는 한글을 쓰는 사람들을 구박하고 한글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가두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선조들은 꿋꿋하게 견디시며, 한글맞춤법과 표준말을 제정하시고, 조선말 큰사전을 편찬하셨습니다.

 

조상들의 그런 자랑스러운 성취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에게는 세종대왕께 부끄러운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조국분단 70년은 남북의 말까지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겨레말 큰사전’을 남북이 함께 편찬하기로 2005년에 합의했지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거칠고 어지러운 말과 글을 쓰는 일이 늘어납니다. 곱고 가지런한 말과 글을 쓰자는 운동이 끊이지 않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종대왕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합니다. 선조들께서 한글을 지키고 가꾸려고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여야겠습니다.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가야 합니다.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위해 남북이 다시 마음을 모으기 바랍니다. 거칠고 어지러운 말과 글을 줄이면서, 곱고 가지런한 말과 글을 늘리도록, 언론과 학교와 정부가 더 노력하기를 제안 드립니다.

 

또한 정부는 우리말과 한글을 세계에 더 확산하기 위해 세종학당을 2022년까지 220곳으로 늘리려 합니다. 외국 대학의 한국어 학과와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도 늘리겠습니다.

 

주시경 선생께서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나라를 이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주시경 선생의 말씀을 새기십시다. 온 겨레가 한글로 한 덩이가 되도록 더 노력합시다. 말이 오르고, 나라도 오르도록 함께 애쓰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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