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년 만에 맥주와 막걸리 주세에 대해 먼저 종량세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세금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기존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해 국산 캔맥주의 세금 부담을 낮춰 수입맥주와의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분석이다.이에 주류 가격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5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주류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하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주세법과 교육세법 등 2019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반영해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안대로 세율이 조정되면 수제맥주나 고가의 수입맥주는 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먼저 맥주와 막걸리(탁주)부터 종량세로 전환 하기로 했다. 종량세는 가격 기준 과세 체제에서 주류의 양이나 주류에 함유된 알코올 분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특히, 주류 양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아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것으로 우려됐던 소주와 증류주, 약주와 청주, 과실주 등 다른 주종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전환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맥주에는 내년부터 ℓ당 830.3원(이하 1ℓ당)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2년간 출고량과 주세액을 고려해 세수에 변동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했다.
국산 맥주의 경우 과세표준이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이 포함된 출고가격 기준이지만 수입 맥주는 국내 판매관리비나 이윤이 포함되지 않은 수입신고가격 기준이다. 따라서 국산 맥주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종량세 개편까지 이어졌다.
종량세 전환에 따라 내년부터 주세와 교육세(주세액의 30%),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세부담은 생맥주는 ℓ당 1260원으로 445원 오르고, 페트병 맥주는 ℓ당 1299원으로 39원, 병맥주는 ℓ당 1300원으로 23원이 오르게 된다. 반면에 캔맥주의 세부담은 ℓ당 1343원으로 415원 감소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정 외의 주류에 대해 주종에 따라 출고가격 기준 5~7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맥주는 최고세율인 72%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생맥주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제 맥주 등 일부 맥주업계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맥주 세율을 2년간 ℓ당 830.3원에서 664.2원으로 20% 경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맥주의 ℓ당 총 세부담은 현행 815원에서 1022원으로 207원 오르게 된다.
다만 현재 출고 수량별 20~60% 수준의 과세표준 경감 혜택을 받는 수제 맥주 업계는 생맥주 세율 추가 경감으로 경영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한편, 막걸리(탁주)는 ℓ당 41.7원을 과세하기로 했다. 2017~2018년 출고량과 주세액을 감안해 설정한 값이다. 연도별로 주종 간에 세부담 편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맥주·탁주 모두 직전 2년간 평균 세율을 적용했다.
아울러 종량세로 전환하는 맥주와 탁주의 세율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류 가격 인상에 비례해 세부담이 증가하는 종가세 유지 주종과의 과세 형평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가연동제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하며 최초 적용시기는 2021년(연 1회)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5개 국만 재외 한 30개 나라가 주세 종량세 체계를 도입했다.
